우리 음식의 조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된장과 간장입니다. 이 간장과 된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메주인데, 메주에는 800여 가지의 곰팡이가 살아있는 있으며 ‘메주 맛이 장 맛’이라고 이들 균이 얼마나 잘 번식하고 작용하였나에 따라 장맛이 좌우됩니다. 이제 곧 장 담글 시기를 맞아 메주에 대해 알아봅니다.
정리: 오윤경 가브리엘라, 사진: 류미영 세실리아
▲ 김성환 위원장(전국 가공식품위원회, 마산교구)
메주의 시작 - 콩 농사
콩 농사를 잘 지어야 콩이 맛있고, 콩이 맛있어야 좋은 메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메주의 시작은 콩 농사입니다. 콩은 6월 10일경에 심습니다. 김성환님이 속한 마산교구 열매지기분회에서는 비닐을 쓰지 않는 대신 콩 모종을 내서 심습니다. 그리고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콩이 자라는 동안 3번 정도 손으로 김매기를 하면서 콩 주변의 흙을 콩대에 북돋아 열매가 달렸을 때 콩대가 쓰러지지 않도록 ‘북주기’를 합니다.
본잎이 6~7장 나올 때가 되면 올라오는 새싹을 잘라 콩대가 더 이상 위로 자라지 않고 옆으로 벌어지게 1차 ‘순 자르기’를 하고, 콩꽃이 필 무렵에는 수정이 잘되고 열매(콩)가 잘 자라게 잎을 정리해 주는 2차 순 자르기를 합니다. 콩꽃이 필 때는 바람에 흔들려야 수정이 잘되기 때문에 비가 오는 것이 좋습니다. 수정이 잘되어야 열매가 단단하고 맛있습니다. 콩잎이 떨어지고 나면 수확해서 3일 정도 잘 말려 콩 타작을 하고, ‘콩 고르기’를 거쳐 메주 만들 콩을 준비합니다.
메주 만들기
메주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 콩을 씻는데, 열매지기분회에서는 솥 하나에 140kg(10말)의 콩을 삶는다고 합니다. 콩을 씻어서 예전에는 가마솥을 이용하여 6시간 정도 삶았는데, 지금은 가마솥 대신 특수 제작한 솥을 사용합니다. 1시간 정도 불을 떼고 콩물이 끓기 시작하면 콩물이 넘치지 않게 밸브를 잠그고 압력을 2kg 걸고 30분 정도 뜸을 들입니다. 압력밥솥의 원리를 적용하여 콩을 삶는 것입니다.
잘 익은 콩은 물을 빼고 한소끔 식혀줍니다. 삶은 콩을 식히지 않고 메주를 만들면 건조되는 과정에서 콩물이 말라서 거품처럼 나오기도 하고 콩물이 흘러내려 메주가 지저분해지므로 제대로 식혀서 메주를 만듭니다.
콩이 식으면 기계(초파기, 예전에는 절구)를 이용해 콩을 으깨서 모양을 만드는 성형작업을 합니다. 1.4kg(1되)를 기준으로 메주 1개를 만들고 무거운 도구로 눌러서 모양을 다듬어 ‘급말림’을 합니다. 그리고 황토방에서 메주를 띄우는데, 메주를 만드는 곳마다 띄우는 방법이 다릅니다. 메주를 띄우는 방법에 따라 장맛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농가는 5단, 어떤 곳은 10단씩 메주를 쌓기도 하고, 어떤 곳은 단을 쌓지 않고 바닥에 널어놓았다가 2~3일마다 뒤집어주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면 메주 사이에 깔린 짚에 균들이 번식하게 됩니다. 흰색 메주균과 맛을 내주는 여러 가지 메주균이 붙으면 골고루 번식할 수 있게 반복하여 메주를 뒤집어 줍니다.
장 담그기
메주를 솔로 살살 문질러 닦아 항아리에 넣고 소금물을 붓습니다. 소금물의 염도는 17도 정도로, 메주가 5장일 경우 물 18L에 소금 4.5kg을 넣고 충분히 풀어주면 염도를 맞출 수 있습니다. 메주는 소금물에 충분히 잠기도록 합니다. 메주가 소금물에 잠기지 않고 뜨게 되면 메주표면에 필요 없는 잡균이 붙게 되므로, 장을 담글 때는 메주가 푹 잠길 수 있게 간장도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1말의 메주로 장을 담글 때 항아리 2말 크기를 사용하면 한 뼘 정도의 여유 공간이 있어 발효할 때 좋습니다.
장을 담고 한 달쯤 지나면 흰 꽃이 피는데 날씨가 따뜻할수록 꽃이 많이 핍니다. 잘 띄운 메주로 장을 담갔을 때 꽃이 피는 것은 정상입니다. 흰 꽃뿐만 피는 게 아니라 녹색 꽃이 피기도 하고, 드물게는 붉은 꽃이 피고 검정색 꽃이 피기도 합니다. 꽃의 종류는 공기 중의 어떤 균이 있느냐 혹은 메주균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꽃이 점점 많아져 막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장을 가를 때 꽃을 거둬내고 달이면 맛있는 장이 됩니다.
메주와 장 이것이 궁금합니다.
❒ 가운데가 덜 말라 보이는 메주는 겉이 잘 떴다면 장을 담가도 괜찮습니다. 그대로 더 두면 덜 말라 보이는 부분도 색이 진하게 되고 마르게 됩니다.
❒ 콩의 삶은 정도에 따라서 된장의 색이 달라집니다. 너무 많이 삶아진 콩으로 메주를 만들면 된장이 검게 변하는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는 갈변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콩이 덜 삶아지면 된장색이 노랗게 될 수 있습니다. 콩이 너무 덜 삶아지면 메주가 딱딱해서 국산콩이 아니라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 메주에 흰 곰팡이가 피었다가 노란색으로 변하고 나중에 녹색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메주로 장을 담그면 녹색 꽃이 필 확률이 높고, 소금물이 메주 안까지 제대로 침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된장이 검게 될 수 있으므로 물로 깨끗이 씻어내고 장을 담그는 것이 좋습니다.
❒ 급말림 단계에서 오래 두면 메주균이 접종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마르게 되고, 콩 단백질이 변형되어 돌처럼 단단하고 딱딱해집니다. 이런 메주는 소금물이 제대로 침투하지 못해 장을 가를 때 잘 으깨지지 않고 간장이 맑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간장색이 진해집니다.
❒ 우리농 간장과 된장은 염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상온에서 보관할 경우 흰 꽃이 필 수 있으므로 냉장 보관합니다.
❒ 된장의 색이 변하는 것을 막으려면 공기가 차단되도록 비닐을 덮어두면 됩니다.
※ 이 원고는 12월 8일(월) 서울교구본부 도시생활공동체 활동가 송년회에서 전국 가공식품위원장 김성환님의 강의 내용을 요약ㆍ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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