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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언론에 비친 가농·우리농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정부, 밥상용 쌀 수입

농민과 협의 없이 결정

배선영 기자 | daria20120527@catholicnews.co.kr
승인 2015.07.27 17:11:18

 

정부가 농민과 협의를 약속한 상황에서, 밥상용 쌀 3만 톤에 대해 구매입찰 공고를 내고 수입절차를 시작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4.1만 톤에 대해 7월 31일에 구매입찰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중 밥쌀용이 3만 톤, 막걸리같은 가공식품에 쓰이는 가공용 쌀이 1.1만 톤이다. 입찰에서 도입까지 보통 4-5달이 걸리므로, 이번 물량은 연말 또는 내년 초에 들어올 예정이다.

 

이에 대해 가톨릭농민회(가농) 측은 2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농식품부의 제안으로 8월 13일에 식량정책포럼을 만들어 수입쌀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고 이를 준비하고 있던 차에 농식품부가 밥쌀용 쌀을 수입한다고 결정했다”면서 “이는 농민을 무시하는 처사고, 용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가농은 “관세율 513퍼센트로 쌀 시장 개방이 결정됐기 때문에 밥쌀용 쌀 의무수입 비율 30퍼센트가 폐지되고, 수입용 쌀을 꼭 국내에서 소비하지 않고 해외원조도 가능해져 더 이상 밥쌀용 쌀을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 추수가 끝난 뒤 들판. ⓒ지금여기 자료사진

 

 

 

 

 

 

 

 

 

 

 

 

 

 

 

 

 

 

 

 

우리나라는 2004년 쌀 협상에서 관세화를 미루면서 밥쌀용 쌀 30퍼센트를 수입할 의무를 양허표에 넣었다.

 

가농은 이어 “TRP물량에 대해서 100번 양보해 수입을 한다면, 쌀 시장에 혼란이 없고 식량주권을 지키는 선에서 얼마큼 수입해서 어떻게 처리할 지에 농민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RP란 관세할당제도로 시장접근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를, 이를 넘는 물량에는 고율관세를 물리는 이중관세제도다. 정부는 쌀 관세화 뒤에도 20년 동안 관세화를 미루면서 수입도 미뤘던 물량에 대해서는 5퍼센트의 관세율로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쿼터 내 40만 8700톤에 대해서는 5퍼센트의 관세율, 쿼터 외는 513퍼센트의 관세율로 수입한다.

정부는 밥상용 쌀을 수입하는 것에 대해 “(관련 외국과의 협상에서) 513퍼센트 관세율 등 양허표 수정안을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협상카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양허표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서 관세교섭 결과로서 관세율 등을 국별로 종합한 것이다.

 

가농 측은 또한 이번 정부의 결정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연관해 미국 눈치보기”라고 지적했다.

TPP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미국, 일본, 캐나다, 베트남 등 12개 나라가 참여하는 다자간 FTA다. 한국 정부는 현재 TPP 참여를 검토 중이다.

한편, 전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쌀생산자협회도 지난 24일 “쌀 재고 부담감이 높고, 쌀값이 폭락한 상황에서 밥쌀 수입은 쌀값 폭락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밝히며 밥쌀 수입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녹색당 또한 27일 논평을 통해 “올해부터 관세율 513퍼센트로 쌀 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에 의무수입비중이 사라졌고 밥쌀용 쌀을 들여오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세율 수정안은 통보하면 되는 것이지 협상할 일이 아니”라며 “농림축산식품부의 굴욕적인 협상 방식이 농민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