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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언어를 사용하는 농민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미사 강론자료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언어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그 사람이 어떤 언어를 쓰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언어에는 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그리고 그 사람이 의미를 담고 있는 것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농민과 우리농 담당 신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습니다.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랑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쓰는 언어는 소비의 언어입니다.

어떤 것을 내가 가질 수 있을까?

어떤 것을 내 소유로 둘 것인가?

어떤 것을 내가 쓸 수 있을까?

다른 이는 모르겠고, 내 목적만을 이뤄내는 데만 쓰는 소비의 언어 죽음의 언어입니다.


하지만, 농민의 언어는 다릅니다.

생명의 언어를 쓰고 있습니다. 일년동안 어떤 작물을 살리고 키워낼까 하고 고민하고 고민합니다.

일년에 어떤 바람이 불고, 어떤 기온이 오며, 어떤 비가 내릴지 알고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때 그때 여기저기 소리없이 피워내는 이름없는 꽃들의 이름도 알고, 어떻게 계절의 변화때 따라 살아가는지 이야기를 합니다. 농민의 언어는 그래서 생명의 언어입니다.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농민들의 언어는 하느님처럼 살리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 생명을 짓고 살기를 원하는 이의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의 언어가 우리들의 언어와 똑같을 거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 토요일 민중대회에 모여서 참 많은 이들이 모여서 자신의 말을 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시위가 아닌 각자의 언어로 생명을 말하는 이들의 언어였습니다. 농민들의 모임의 소리는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는가를 이야기 하는 언어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피눈물 흘려 키워낸 그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죽어가는 농업과 죽어가는 이땅을 지속가능하고, 항구적으로 생명의 땅으로, 생명의 땅의 봉사자인 농민으로 살고 싶다고 하는 절절한 고백들이었습니다.


임마누엘 형제님도 그 언어를 쓰고, 행동하고, 살고, 그리고 보여줬던 분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습니다. 죽음의 언어를 쓰는 이들은 그들의 언어로 이해하고, 죽음의 언어로 답을 하고 죽음의 언어로 생명의 언어를 쓰는 이들을 모욕을 주고, 생명의 땅을, 눈물의 땅을 그들의 죽음의 몸짓으로 더럽혔습니다. 2000년전 생명을 이야기 한 예수를 골고타 언덕에서 공개적으로 죽음의 못을 박았듯이 그들은 생명을 이야기 한 농민에게 공개적으로 살해 행위를 가했습니다.


이땅에 죽어가는 예수의 소리침이 가득합니다. 우리가 디디고 있는 어느 땅이든 함부로 발을 디뎌서는 안됩니다. 이땅밑에는 수많은 이들이 흘린 피로 이뤄낸 시간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농민들이 끝끝내 살리려 했던, 농민들의 피땀으로 축성된 땅입니다. 그리고 이땅에는 그냥 서 있는 것이 아닌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수많은 이들의 피와 투신으로 축성되어진 땅입니다.

그 축성된 땅을 더럽히고 그 땅을 죽이고 그들은 이땅의 민주주의를 빼앗고, 생명의 농민을 죽이고,

그땅이 버려지게 두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말씀처럼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 소리치십니다.

생명을 말하고, 아픈 것을 싸매주고, 위로하여주고, 울부짖는 소리를 보듬어주고, 죽어가는 것들을 살려주는 땅이 되어야 하고, 민주주의의 땅을 빼앗고, 상처주고, 죽이고, 탐욕과 폭력과 권력의 더러움으로 더럽혔습니다.


하지만 다시 압니다. 생명의 언어를 이야기 하는 이가 이를 바로잡고 치유할 수 있습니다. 죽음의 언어를 쓰는 이가 아닙니다. 결국 예수에 의해 이땅에 생명이 결국 이뤄졌듯이 그의 언어로 우리는 움직이고자 합니다. 죽음의 언어를 쓰는 이들은 생명의 언어를 쓰는 이들을 두려워합니다.

생명의 언어가 죽음의 언어를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강도들의 소굴로 무너진 이땅을 치유하고, 죽음의 언어를 쓰는 이들을 여기에 있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축성해야 합니다.


우리들은 모두 그리스도의 사제들입니다. 축복하고, 살려내고, 지켜내고, 거룩하게 하는 것을 세례를 통해 명령받았습니다. 성전을 정화하신 예수님의 모습처럼 우리는 이땅을 정화해야 합니다.

부디 이땅을 생명의 땅이 되게, 성전이 되게, 다시금 봉헌하고 우리들의 그 정화의 도구, 축복의 도구로 끝까지 함께 하고, 기억하고, 지켜내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부산교구본부 본부장 김인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