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뿌리: 농촌생활공동체

[강론] 후배회원에게

727일 예천풍양선교본당에서 안동교구연합회 회원 칠순잔치 및 단합대회가 열렸습니다. 어렵던 시절 독재에 항거하며 민주주의 수호와 농민생존권을 위해 투쟁한 선배 동지들께 감사하고, 생명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회원 간의 단합을 도모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미사 중 배용진 회원의 강론을 옮깁니다.

 

 

배용진 안동교구연합회

 

 

찬미 예수님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후배회원 여러분께 70세 이상 회원들을 대표하여 감사한 감회의 인사를 먼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편 부끄럽기도 하고요. 실무진의 강론요청에 사양하면서 운동에 있어 모범적인 형제를 지목하기까지 했는데, 운동서열이 아니고 출생서열이라고 하면서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저에게 배려하여주신 지도신부님 정말 고맙습니다. 금메달도 이런 금메달은 반갑지 않지만 누가 세월의 무게를 이기겠습니까?

 

명년이면 우리 가농이 50주년을 맞습니다. 한 조직이 50년을 줄곧 발전하면서 존속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각 교구마다 형태는 약간씩 다르겠지만 선후배회원간의 끈끈한 정을 연결하고 이해와 신뢰를 쌓아 올리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라 봅니다.

 

오늘과 같은 행사는 안동교구연합회가 처음이라 여겨집니다.

저와 같은 80대는 일본강점기 때 일본교육도 조금 받았고 해방, 독재, 군부의 공포통치, 민주화 투쟁을 거치면서 그야말로 산전수전(山戰水戰)을 겪은 세대라 할 수 있습니다. 회고하면 다행스럽게도 우리 모두가 가농의 품에 안겼기에 천박한 삶의 늪에 빠지지 않고 오늘에 이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의 대학자 지 셴린의 마지막 저서 다 지나간다중 맹자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부귀해도 그 뜻을 어지럽히지 않고, 빈천해서도 그 뜻을 바꾸지 않으며, 어떠한 위협과 폭력에도 그 뜻을 굽히지 않는다. 이것을 대장부라고 한다.”

 

가농의 중요한 가치가 절개(節槪)이기에 우리는 선후배간의 신뢰와 이해로 이 가치를 지키는데 힘을 합했습니다. 천박한 이 땅의 자본주의는 자본이 국가권력마저 삼키고 있기 때문에 대장부로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가농을 통하여 이 가치를 지키는 DNA가 만들어 졌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오늘 선배회원으로 후한 대접을 받는 우리 모두가 지난 삶을 되돌아 볼 때 후배들에게 남길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 반문하니 할 수 있는 대답이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오늘과 같은 전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후배가 건재하다는 사실과 그 후배의 선배가 오늘 훈훈한 대접을 받고 있는 우리라는 사실만은 남기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시대적 변화를 빠르게 판단했고 실천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생명운동이 날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농업회생의 모태(母胎)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고 우리 역사의 큰 획으로 그어질 수 있음이 예고되는 과정으로 믿고 있습니다.

선배로서 그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항상 여러분의 곁에 함께 하겠습니다. 저희들이 비록 힘이 쇠진되어 동력이 떨어져 옛날 같지는 않지만 마음은 여러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운동을 5000만 가슴에 깊게 심기 위해 자본논리에 함몰되지 말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생명논리 학습을 게으르지 않기를 바라는 기우(杞憂)를 남깁니다.

 

사람은 살아 움직인다는 그 자체가 행운입니다. 또한 건강하게 일하고 남을 배려하는 삶은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오늘 후배회원의 정성으로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 삶을 이어 가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행복한 일입니까?

 

말을 타면 종을 앞세우고 싶다는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염치없는 말이지만 구순잔치는 더 푸짐하게 마련하여 청춘을 돌려다오~ 내 청춘을~”이란 대중가요도 목청 높여 불러 봅시다.

 

그 날을 위해 열심히 살아 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727일 가농 안동교구연합회 칠순잔치 및 단합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