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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뿌리: 농촌생활공동체

[농민의 소리]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세상을 바꾸자

장승록 빈첸시오 의정부교구본부 대광리분회장

 

역할이 주워졌을 때

내가 지속가능한

생명농업과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에

걸 맞는 자리에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인연을 바꾸자

삼라만상 피고 지고, 장마에 돌 구르듯 스쳐 지나는 수많은 인연 중에 생명농업을 하는 인연만큼 소중한 인연이 없습니다. 생명농업으로 만물을 살리는 운동을 함께하는 이 인연, 백발이 되도록 지속되어야겠지요.

옛말에 줄탁동기(啐啄同機)’란 말이 있습니다.

알 속 병아리가 인고의 시간을 거친 뒤 밖으로 나오기 위해 부리로 알을 쫀다는 줄, 때가 되어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려는 걸 알고 어미가 밖에서 알을 쫀다는 탁, 병아리 부리와 어미 닭의 부리가 찰나의 순간 부딪힌다는 동기.

줄탁동기처럼 지속가능한 생명농업을

하는 인연은 하늘에서 맺어준 것입니다.

 

 

세상의 눈을 바꾸자

수많은 물건 중 다른 모든 물건들은 품질이 좋으면 인정하고 그것에 맞는 합당한 가격을 주고 구입하면서, 왜 생명농산물은 좋은 걸 인정하면서도 가격으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가지 많은 일들 속에서 생명농업을 하시는 우리 농부들을 하찮게 보는 눈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맑은 영혼을 꿈꾸듯, 눈이 맑은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자리를 바꾸자

내가 선 자리와 앉은 자리가 의자가 되어선 안 됩니다. 역할이 주워졌을 때 내가 지속가능한 생명농업과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에 걸 맞는 자리에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우리농과 관련된, 그 모든 자리에 잘못 앉아있는 내 모습이 보일 때 빠르게 일어서야죠.

 

 

보기 좋은 분회, 우리 분회로 바꾸자

가톨릭농민회 분회 중에 보기 좋고 속이 깊은 분회의 모습은 곧 우리 분회의 모델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우리 분회를 가톨릭 신자로 이루어진 보기 좋은 분회로 만드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우리농 약속과 생명농업을 실천하는 농부로서 교회가 바라는 대로 행동하기에는 신자가 아니면 힘들기 때문에 신자들로 구성된 이쁜 분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도둑심보를 바꾸자

내가 받는 봉금은 선진국 수준으로 주머니 두둑하게 받고 싶으면서, 그 좋은 농산물은 값싼 동남아나 중국산 저가 농산물과 비교해서 먹고 싶은 걸까요.

그 좋은 농산물도 생명농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률에 맞는 합당한 가격을 받아야 합니다. 농부의 마음은 부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저 흔한 농사가 아닌, 남들이 하지 않는 생명농업을 하며 자연과 함께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지요.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숲이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 속에서 맑은 공기 한 모금 만들어내는 농부들은 땀의 최저대가만 받을 수 있어도 행복합니다.

 

 

등잔 밑을 환하게 바꾸자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뜻을 가진 지산지소(地産地消). 참 좋은 말이죠. 우리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게도 맞는 말인지 물어봅니다. 인연은 소중하니까 관계를 깨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문을 조금씩 열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등잔 바로 밑은 어두운데 등잔 불빛은 저 멀리서 오시는 손님 쪽으로만 밝히고 있으니. 생명농업이 지속가능할까요. 생명농업, 그 좋은 농사를 짓겠다고 가톨릭신자 농부식구들은 늘어나는데, 어떤 길을 가야 할지. 하찮은 농부가 길이 어디냐고 묻기 전에 작은 불빛이라도 등잔 밑을 밝혀주시길 기도 해봅니다.

 

생명농업 내일은 웃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