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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소식

예수님의 구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 농민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를 위한 이야기 -


농민 백남기(가톨릭농민회 전 부회장) 임마누엘 형제는 2015년 11월 14일 전국농민대회 행진 중 경찰이 쏜 살인적인 물대포에 쓰러져 현재까지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사건'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우리는 대림시기와 성탄을 보내며 빛을 밝혀갑니다. 예수님을 기다리고 만나고 함께하고자 대림초와 나무를 비롯해 우리 눈길이 닿는 곳들에 빛을 밝혀갑니다.


우리에게 묻고 싶습니다. 과연 우리는 예수님의 성탄을 제대로 맞이하고, 마주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이 시대의 예수님은 이 땅 어디에서 태어나실까요. 오랫동안 메시아가 오길 간절히 바란 이스라엘 백성은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것들에만 가치를 둔 채, 남루하고 초라한 구유를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기다리고 바랐지만 하느님의 눈빛이 머물러야 할 곳을 몰랐습니다.


가장 가난하고 작고 누추한 사람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한 가지 분명한 표징을 주셨습니다. 그 분은 아무도 있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에 계신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의 예수님은 농민의 모습으로 오실 것 같습니다. 아무도 남아 있으려고 하지 않는 농촌에 머물며 외롭게 생명을 심는 이 말입니다.


가을비가 내리던 2015년 11월 14일, 농민으로서 당연한 요구를 하기 위해 농민들은 서울로 모였습니다. 요구는 단 하나, 계속 농촌에서 농사를 짓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남들이 버리고 떠난 그곳에 남아, 세상 사람들이 모두 등을 돌리더라도 평생 생명을 보살피다 죽고 싶다는 외침이었습니다. 대책 없는 농산물 시장 전면 개방 정책으로 오늘날 농민은 주 소득원인 쌀농사마저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아프고 가난한 이들을 버린다면 언젠가 우리도 버려질 것입니다. 농촌과 농민의 문제‧노동자의 문제‧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로만 여긴다면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과 같이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채 기다리기만을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우리들에게 있어 나와 관계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외면하는 그곳에 그분이 계신다는 것을 예수님은 탄생을 통해 일러주셨습니다.


11월 14일 경찰의 직사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의 침상은 이 시대의 구유입니다.


우리는 별빛을 따라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 별은 화려한 곳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둡고 낮은 곳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나쁜 권력자들에게 내쳐진 아프고 가난한 이들이 있는 곳에 기도로 찾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구유를 찾아 나서며, 이 시대의 예수님께 경배합시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부산교구본부 김인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