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철 스테파노
전주교구연합회 담당사제
과학이 발달해가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능력이라는 것이 실로 대단하다 여겨질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늘과 땅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자연의 향연을 떠올릴 때면 인간의 힘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실로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에 젖어듭니다. 인간이 스위치를 누르지 않아도 어디선가 햇볕과 비를 골고루 보내주니 모든 동식물의 생명이 끊임없이 자라납니다. 땅과 온갖 미생물들이 자양분들을 내어주고, 바람과 허공을 날아다니는 이름 모를 날벌레들 또한 서로의 생명을 위한 저마다 역할들을 소리 없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농부의 진실한 땀방울이 어우러져 모든 이에게 필요한 양식이 거두어집니다. 이렇듯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기본적으로 그 신비로운 대자연의 섭리를 체험하고 그 신비에 감사함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농부들의 소박한 뜻을 거슬러 햇볕이 지나쳐 가뭄이 드리우고 비와 바람이 홍수와 태풍이라는 이름으로 들이닥치기도 합니다. 예기치 않은 병충해가 그동안 기울인 정성을 허탈함으로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농부는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고 연거푸 한숨을 몰아 쉴 수밖에 없습니다.
도무지 대자연의 질서를 이해할 수 없지만 마음을 돌이켜 겸허히 받아들이고 용기를 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어떤 고요한 음성을 체험하기도 합니다. 욕심을 비워내고 진실한 마음으로 열심히 땀을 흘리되 하늘이 허락하는 만큼만 가능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공업사회는 어떻게 다를까요?
하늘과 땅을 차단해버린 건물 안에서 이윤을 추구합니다. 대자연의 섭리에 좌지우지되는 것을 최대한 차단해버리고 인간과 인간의 경쟁을 촉발시켜 최대의 효과를 내도록 강요당합니다. 진실한 마음이나 땀과 정성이 깃들 수 없는 구조입니다. 농사라는 것이 모든 개체들의 생명을 위한 조화와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하늘의 섭리를 진실함과 겸손함으로 수용해야 한다면, 산업사회는 경쟁과 과도한 이윤추구를 위해서 인간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인 것입니다. 거짓과 눈속임을 통해서라도 이윤을 추구하라고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결단코 농업을 경시하는 사회는 인간의 품위를 잃어버립니다. 농부의 삶을 하찮게 여기는 것은 물질주의와 과학적 사고방식에 젖어 인간과 하늘의 참가치를 유린하는 우매한 처사인 것입니다. 언젠가 농민들과 농업이 인간존엄의 가치와 삶의 평화를 세상에 뿌리는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2015년 8월 '농민의 소리'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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