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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소식

임봉재 회장 - 법정 최후 진술서 2013.5.20

얼마전 임봉재 전회장님의 재판이 있었지요.한창 농사일로 바쁜 농민에게 몇번이나 법원으로 나오라고 하는 현실. 참 한심하고 답답하여 두 번이나 회장님은 자신의 반론을 적어서 법정에서 읽고 제출했다고 합니다. 제발 경청하고 경청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재판장님.검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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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진술서 2013.5.20. 서울남부지방법원 408호 

존경하는 재판장님,

예전부터 이맘때면 ‘농촌은 죽은 송장도 일어나서 바쁜 일손을 돕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후 변화 때문인지 올해도 초봄부터, 겨울날씨처럼 추웠다가, 한여름같이 더웠다를 반복하는 바람에 농사일이 많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한창 커야 할 모종도 추웠다 더웠다 하는 통에, 제대로 크지를 못할 뿐 아니라, 과일 꽃도 피다가 얼어붙어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고 말라가고 있어, 일 년 농사 시작부터 농민들은, 걱정이 태산만 같습니다.

저도 오늘 아침 일찍부터 고추모종을 심다가 팽개치고 올라오면서, 이 바쁜 철에 일을 안 하고, 도대체 내가 어디를 가고 있나 생각하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일손을 거들지는 못할지라도, 일하는 사람을 이렇게 불러올리고 있나? 그것도 내가 납득이 안 되는, 한미FTA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집회참여로 인해 벌어진 일련의 사안들에 대해 ,벌금 50만원을 내라고 해서, 내가 일 년 농사지어 손에 쥐어 볼 수도 없는 거금 50만원을 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금이 적다고 검사께서 항소 하여, 지난 3월 농사준비로 한창 바쁠 때 서울까지 와서 재판에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진작 항소한 검사께서는 재판장님이 요구한 보충 자료도 준비하지 않은 채, 저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정말 황당하고 충격이었습니다.  

또한, 이미 낸 벌금이 적다고 꼭 300만원을 내라는 것은 정말 억울합니다.

이렇게 거두어서 나라살림에 보태어 써야 한다면, 저는 빚 얻어서 못 냅니다. 차라리 몸으로 살겠습니다.  

실정법을 어겼다고 내라는 벌금까지 낸 마당에, 힘없는 무지랭이 농사꾼이라고 몇 차례 씩 이나 오라 가라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가진 자들, 높은 양반들은 수 천 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도 끄떡없이 잘 살 고 있는 나라,

그러나 가진 것 없고, 힘없는 무지랭이 농민들은 한미FTA로, 나라가 위기에 처한 막다른 골목에서, 이를 막으려다, 길거리에서 추운 겨울 차가운 물대포를 맞고, ‘범법자’로 몰리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구나 생각하니 부끄럽고, 피가 거꾸로 솟아오릅니다.

바쁜 일손을 놓고 시골서 서울까지 몇 차례 씩 오고가며 낭비한 시간과 경비는 제처 두고 라도, 정신적인 피해보상은 어디서 받아야 합니까? 

존경하는 재판장님, 검사의 항소 이유서에

“한미FTA 비준 저지를 위한 집회에 참석하여 국회의사당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 집회를 하였고, 이러한 과정에서 일반 공중의 차량교통에 통용되는 도로의 교통을 방해 하였으며, 불법시위를 차단하는 경찰과 대치하던 중 경찰서장의 해산명령에 불응하였다는 것으로 사안이 비교적 중하다.”는 등 의 이유였습니다.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불평등하고 불공정하기 이를 데 없는 한미FTA는

우리 농업이 최악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고, 결국은 우리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는 데 이 보다 더 크고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습니까?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한미 FTA 법안들, 그 속에 숨겨 진 어려운 낱말들로 가득한 독소조항들,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농사짓기에도 숨 가쁜 와중에도, 우리 농민들은 어려운 법안들까지 나름으로 공부 했습니다. 이 독소조항들이 우리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이 얼마나 크고, 끔찍한지 검사님은 어디까지,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미 FTA 이행 안 102조를 보면 ‘미국측의 미 연방법과 FTA 협정문이 충돌하면 FTA 협정문이 무효가 됩니다. 그러나 한국측-즉 우리나라 법과 FTA 협정문이 충돌하면 우리 대한민국법이 무효가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밥상위에 보기 좋게 차려진 먹을거리들, 이 밥상을 힘 센 이가 먹으면 약이 되고, 힘없는 사람이 먹으면 독이 된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 무슨 요술 같은, 불공평하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말도 안 되는 한미 FTA가 아닙니까? 그런데, 정부와 한나라당은 (2011년 11월) 날치기로 통과 시키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지금 경남도지사인 홍준표는 한미 FTA를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 시켜놓고, 내 뱉은 말이 뭔지 아십니까? “국익을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도대체 국익이 뭔지, 어떻게 하는 것이 국익이 되는지, 알고 한 말인지? 지금도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FTA가 아니더라도 지금 전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해 해를 거듭할수록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 닥쳐올 식량위기에 대한 불안으로 떨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농업은 발붙일 곳을 잃고, 식량주권은 땅에 떨어지고, 식량이 무기가 되어, 언제 우리 목에 들이 댈지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집회 시위로 도로교통에 불편을 준 것에 대해서는 시민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미 FTA는 우리농민 뿐만 아니라,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삶에 족쇄가 될 것입니다. 나라와 국민의 앞날이 위기의 막다른 골목에서, 단식을 하고, 물대포를 맞고, 실정법을 어겨 범법자로 몰리면서 까지, 한미FTA를 막으려고 한 것은, 어머니인 농업을 지키고, 우리의 식량주권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의 자존심을 지켜, 우리의 다음세대, 우리 후손들에게 까지, 한미FTA로 인한 수치스러운 족쇄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 였습니다.  

농민의 한 사람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또 신앙인으로서, 위에서 말한 위기의 상황을 수수방관 한다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 저의 양심의 소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정법 위반으로 제게 부과된 벌금까지 납부한 마당에

더 이상 이 일로 다투며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