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백남기 선배님은
2015년 11월 14일 오후 6시 56분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석하여 서울 광화문 쪽으로 가는 길에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머리를 다쳐 서울대병원에서
네 시간이 넘는 뇌수술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삶과 죽음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농부 백남기 선배님은
생명이 살아 넘치는 들녘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직도 서울대병원에 누워만 계십니다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그 자리에는
지금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 아무도 없습니다
이름도 없는 들풀처럼 한평생 농사지어 먹여 살린
잘난 대통령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없습니다
똑똑한 판검사도 도지사도 시장도 군수도 없습니다
그저 겨울 찬바람만 빈자리를 채울 뿐입니다
농부 백남기 선배님은
생명이 살아 넘치는 들녘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직도 서울대병원에 누워만 계십니다
코뼈가 부러지고 온몸이 멍든 채로 누워 계십니다
사람이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쌀농사 밀농사 콩농사를 짓던 예순여덟 농부가
무엇이 안타까워 전남 보성에서 서울까지 왔겠습니까?
집을 지어 달라고 아니면 돈을 달라고……
아닙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낯설고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온 까닭은 이것뿐입니다
부지런히 농사지은 곡식들 제값 받고 싶어서
일한 만큼 대가가 돌아올 수 있는 멋진 나라를 만들고 싶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깨끗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어서
우리 농업을 살려 우리 겨레의 목숨을 살리고 싶어서
우리 농촌을 지켜 우리 부모형제와 이웃을 지키고 싶어서
그것뿐이었습니다 오직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사람을 죽이는 물대포 뿐이었습니다
농부 백남기 선배님은
생명이 살아 넘치는 들녘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직도 서울대병원에 누워만 계십니다
존경받는 지역의 어른이고, 독한 농약에 병든 땅을 살리고자
온몸으로 생명농업을 실천한 순박한 농부가,
농사짓고 살아온 죄밖에 없는 착한 농부가,
아무 죄도 없이 아무 죄도 없이 아무 죄도 없이
언제 목숨 줄을 놓을지도 모른 체 누워만 계십니다
농부 백남기 선배님은
생명이 살아 넘치는 들녘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직도 서울대병원에 누워만 계십니다
그러나 누워 있는 것은 선배님이 아닙니다
민주와 자유와 평등과 평화와 아이들의 미래가
그 곁에 누워 있습니다
우리들의 양심도 피를 토하며
그 곁에 누워 있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장관이나 국회의원 아들이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맨다면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힘없고 가난한 농부라 하더라도
보름이 넘도록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잘못했다는 사람 하나 없으니……
그것도 헌법 제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나라에서……
여름 땡볕 아래서도
묵묵히 논밭을 일구어 온 농부들이 서울에 왔으면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담당 공무원들이 나와서
“먼 길 오시느라 얼마나 애쓰셨습니까?
애써 지어주신 곡식으로
우리 식구들 건강한 몸으로 편안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따뜻한 국밥이라도 끓여 내놓아야
‘사람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물대포라니! 테러범이라니! 매국노라니!
농부 백남기 선배님은
생명이 살아 넘치는 들녘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직도 서울대병원에 누워만 계십니다
그 곁에 먼저 떠난 농부들의 혼이 누워 있고
그 곁에 무너져가는 우리 농업과 농촌이 누워 있고
그 곁에 어머니인 고향이 누워 있고
그 곁에 민주와 자유와 평화가 누워 있고
그 곁에 우리 겨레의 얼이 누워 있습니다
누워 있는 그 모든 것을 일깨워
우리 다시 일어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농부 백남기 선배님이
생명이 살아 넘치는 들녘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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