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6/15 경향신문)
교사·간호사 등 서비스·공공부문 연대… 법안 막아내
ㆍ민주 대선 후보 클린턴, 노조 의식 “더 나은 협상 도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민주당 하원의원들의 반기 뒤에는 노동조합의 힘이 있다. 최근 미 하원의 TPP 연계 법안들의 부결은 거대자본, 재계에 대항한 조직된 노조의 승리로 받아들여진다.
최대 노조단체 AFL-CIO는 지난 3월 이후 무역협상촉진권한(TPA) 등 TPP 연계 법안들에 반대하는 행사를 650건 개최하고 입장이 모호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 16만통, 편지 2만통을 집중해 TPP를 지지하면 정치후원금을 주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노조는 TPP 협상이 본격화되기도 전인 2013년 이미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미국의 노조가입률은 노동부가 통계를 작성한 1983년 20.1% 이후 계속 떨어져 2014년 11.1%일 정도로 매우 낮다. 지금보다 노조가입률이 더 높던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막아내지 못했던 노조가 어떻게 이번에 TPP를 막아냈을까.
뉴욕타임스는 14일 분석을 통해 과거 통상협상 반대에 앞장선 철강노조 등 제조업 노조뿐 아니라 소방관, 교사, 간호사 노조 같은 공공부문, 서비스종업원국제노조(SEIU) 같은 서비스부문이 TPP 반대에 연대하면서 그 효과가 극대화됐다고 전했다. 재계 이해를 대변하는 미국 상공회의소는 FTA의 부정적 영향을 덜 받는 편인 서비스 노조까지 TPP 반대에 동참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했다. 공공부문 노조의 TPP 반대는 글로벌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여겨졌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점점 더 자신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는 데서 비롯됐다. 해럴드 셰이트버거 소방관노조 대표는 뉴욕타임스에 “탈산업화로 인해 도시가 쇠락하고 재산가치가 하락하며 공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데 반해, 도시들은 점점 더 그것을 감당할 재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소방관들이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격월간지 ‘아메리칸 프로스펙트’ 편집자 로버트 커트너는 이날 허핑턴포스트 기고에서 “TPP는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라 공공부문 민영화, 금융규제 완화 등 거대자본이 관철하려는 이데올로기”라며 “공공부문, 서비스 노동자들이 반대에 동참한 것은 TPP가 1%에 의한 정치적 지배를 상징한다는 자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NAFTA 때 민주당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월가 세력은 이번에도 대통령을 자기 편으로 만들었지만 노조의 힘을 꺾지 못했다. 그것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월가 점령시위 이후 대중에게 각인된 1% 대 99%의 구도를 노조가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14일 아이오와에서 TPP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은 채 “법안 부결이 오바마 대통령이 더 나은 TPP 협상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그가 한때 지지했던 TPP를 전폭 지지할 수 없는 것은 가뜩이나 월가 친화적인 정치인으로 비판받는 데다 점점 ‘좌클릭’하는 민주당 분위기에서 노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중국 견제 논리를 내세우며 TPP 연계 법안을 다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야기 > 언론에 비친 가농·우리농'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농어민신문] "26돌 전여농, 농민·노동자 위해 뛸 것" (0) | 2015.07.08 |
---|---|
[통일뉴스] 6.15 분산개최 한계를 딛고 8.15민족공동행사 반드시 이루어내자 (0) | 2015.07.08 |
[파이낸셜 뉴스] [美 FOMC 회의 개막] 美 오바마, TPP 법안 처리 재도전 (0) | 2015.06.19 |
[파이낸셜뉴스] TPP 무산 위기...美, 對 아시아 영향력 감소 불가피 (0) | 2015.06.19 |
[경향신문] 오바마 발목 잡은 민주당 (0) | 2015.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