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언론에 비친 가농·우리농

[한국농정] 가족농 사랑기금, 영농철 무이자 자금지원 호평

가톨릭농민회 2014. 6. 7. 09:56

수확기에 농산물로 상환… 지원규모와 홍보 ‘숙제’

세계 가족농의 해를 맞아 가족농 보호 및 육성에 앞장서는 민간단체들의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 중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의 가족농을 지키기 위한 서울대교구 사랑기금(이하 가족농 사랑기금)은 가족농 지원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가족농 사랑기금은 매년 서울 교구 우리농 물류 사업의 수익금 일부를 출연하고 가족농 지원에 뜻이 있는 시민들의 예탁금을 모아 무이자로 가족농에 지원하는 제도다. 영농철에 1가구당 500만원 내외로 지원한 뒤 수확기에 추수한 농산물로 지원 자금을 상환 받는다. 지원대상은 자신과 가족의 노동력으로 농사짓는 농가 중 농가당 밭 3,000평(약 9,900㎡) 논 7,000평 이내 경작이 기준이다.

지난 2009년 3농가에 1,500만원을 지원하며 시작한 가족농 사랑기금은 올해 25농가에 1억2,500만원을 지원했다. 이들 농가는 유기농, 무농약 등 친환경 인증을 받아 생명농업을 실천하는 공통점이 있다.

농가가 상환한 농산물은 우리농 직매장에 공급된다. 함형복 서울대교구 우리농본부 사무국장은 “친환경 농산물은 판로 확보가 어렵다. 지원받는 가족농들은 대부분 다품종 소량생산 농가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판로 확보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함 사무국장은 “직거래로 공급되니 소비자들도 품질과 가격에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농가들 역시 씀씀이가 많아지는 영농철에 무이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단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장종혁씨(57, 전북 전주)는 콩, 블루베리, 곶감 등을 무농약으로 농사짓다 2011년에 처음 가족농 사랑기금 지원을 받았다. 장씨는 “가을에 출하한 뒤 다음해 2~3월 쯤이 되면 영농비뿐 아니라 아들의 학비부담도 있어 힘들었다”며 “판로가 없어 일반 농산물과 똑같이 팔았는데 기금사업을 통해 판로를 확보해 좋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학 졸업한 아들도 같이 농사일을 배우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장씨는 무농약에서 유기농으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 염선업 가톨릭농민회 부회장이 하우스 안의 고추를 살펴보고 있다.


토마토(900평), 고추(600평), 배추(600평) 등을 유기농으로 경작하는 염선업씨(50, 충북 괴산)는 “우리 부부에겐 이 정도 규모만으로도 (노동력이)꽉 찬 상태”라며 “가족농 사랑기금 때문에 살겠다는 정도는 아니지만 자금이 없는 봄철엔 요긴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가톨릭농민회 부회장인 그는 “농사 규모를 늘렸다가 가격폭락 사태를 맞으면 제일 먼저 타격을 입는다”며 “생산비 대비 농산물 가격 보장이 되는 제도가 있다면 가족들끼리 작은 규모로 농사짓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가족농 사랑기금의 규모 확대와 홍보 활동은 숙제로 남은 상태다. 염 부회장은 “가족농들에게 큰 도움이 되려면 기금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물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대교구는 교구 내 직거래매장마다 가족농 사랑기금 저금통을 설치하고 매달 소식지를 통해 가족농 사랑기금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함 사무국장은 “기금이 탄탄해져야 하는데 예탁금 신청과 후원금 모금이 점차 저조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협동조합의 해와 비교해 정부의 관심이 저조하고 소비자들 역시 도농상생의 차원보단 안전한 먹거리를 구입하는 차원으로 여긴다”고 우려했다. 

<홍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