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뿌리: 농촌생활공동체

[농민의 소리] 지속가능한 한국농업을 위한 근본대책 시리즈

가톨릭농민회 2015. 6. 10. 11:27

가족농이 살아야 우리 농업이 지속가능하다!

 

차흥도 감리교 농촌선교훈련원 원장 / 전국 귀농운동본부 대표

 

 

작년은 유엔이 정한 ‘2015 세계 가족농의 해였다. 왜 유엔은 2014년을 가족농의 해로 정했을까? 지속가능한 인류사회를 위해서, 세계의 빈곤과 기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고 가족농과 소규모농업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가족농이라는 주제를 잡았던 것이다.

이에 한국도 작년 2월부터 뜻을 같이 하는 여러 단체들이 모여 공부를 시작했고, 연말에는 함께 여러 사업을 하고자 세계 가족농의 해 한국 조직위원회(이하 한국 조직위원회)’를 꾸렸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사업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물론 가족농이라는 주제는 한 해로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라, 10년 정도는 꾸준히 해야 했으므로 조직 결성을 서두르지 않은 이유도 있다.)

 

가족농 범주는 주로 규모로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때 기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많다. 나라마다 실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제 농민운동 조직인 비아캄페시나(농민의 길)가족의 노동력으로 농사를 짓는 것으로만 정리하고 있으며, 규모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한편 한국 조직위원회의 경우, 규정한다면 규모 약 3ha(밭농사만으로는 1ha 미만)이하, 노동력과 경영관리 주체는 가족, 다품목 소량생산 방식, 농업소득 연 1000만 원 이하인 농민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전국귀농운동본부의 자립하는 소농개념과 맞닿아 있다.

 

현재 한국 농민의 92.5%3ha 미만인 중소가족농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은 이들을 배제한 채 대농과 기업농 위주의 농정을 펼치고 있다. 그들도 말로는 자신들의 정책이 가족농을 위한 정책이라 하지만 기본방향에서부터 차이가 있음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농업을 망치고 있는 것을 축약하자면 무분별한 수입개방과 녹색혁명형 농업에 기반한 산업형 농업이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적 생산양식인 가족농은 자본주의 너머를 고민하고 있는 우리에게 제3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족농 위주의 정책은 다음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 지역에서 먹을거리 생산과 소비를 책임지겠다는 지역먹을거리 순환체계(로컬푸드 시스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농업과 음식을 단순히 상품으로 보지 않는 동시에 지역 자급률을 높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둘째, 자연을 돌보면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가족농의 먹을거리가 학교급식을 비롯한 공공급식에 우선 소화되어야 한다. 또 이들의 먹을거리가 지역에서 소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로컬푸드마켓, 농민마켓 등의 대안장터와 지역 내의 중소형마트 진열대에 올라가야 할 것이다.

 

매년 종자 27천여 종이 사라진다고 한다. 우리나라 굴지의 종묘회사들이 다 초국적 자본에 넘어갔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농부의 종자선택권을 지키기 위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을 비롯한 뜻있는 단체들이 토종종자 보급운동에 참여함은 참으로 다행이다. 토종종자와 종자채취가 가능한 농가는 대농도 기업농도 아닌 바로 가족농이다. 종자를 지키고 보급하는 일이 한국농업의 미래를 지켜가는 일이라면 바로 가족농은 한국농업을 지켜가는 주체인 것이며, 이들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실현하는 일이 바로 우리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일인 것이다.

 

농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이며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생산량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것을 감당하는 것이 가족농이라 한다면 이들과 이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에게 국가는 이들이 계속하여 이일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직불금 형태로 매월 고정액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제 농민의 숫자는 약 250만에 불과하다. 이 숫자는 계속하여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우리 농업은 누가 지켜 나갈 것인가? 농업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가족농 위주의 정책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세대의 농업유입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과거에도 영농후계자를 선정하여 이들을 지원한 일이 있었으며, 이웃 일본에서는 젊은 귀농세대(25~39)에게 7년동안 매월 150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스위스는 모든 농부에게 월급을 국가에서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이런 정책을 도입할 때가 되었다. 지속가능한 농업과 국가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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