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뿌리: 농촌생활공동체

[농민의 소리] 다시 푸른 꿈의 세계로 (가톨릭농민회 입회자교육 후기)

가톨릭농민회 2015. 7. 6. 17:00

정규원 가톨릭농민회 청주교구연합회

 

ⓒ 가농, 우리농 전국본부

 

가농 입회자교육을 위해 수통골이란 상쾌한 이름을 가진 지역에 갔다. 늦게 도착한 탓에 미사 중인 강당 뒷문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미사는 훈련병 시절 훈련소에서 본 이후 두 번째였다. 강당을 메운 사람들의 진지한 분위기로 훈련병 못지않았던 긴장이 이내 풀렸다. 교회에 가본 적 없는 내가 여기 오게 된 것은 청주교구연합회 김병의사무국장님 덕분이다. 사무국장님과의 인연은 작년 청주지역 사회적협동조합인 청주협동조합친구들의 정월대보름 행사에서 시작됐다. 이날 사무국장님은 행사 때 내놓은 내가 직접 만든 구절초조청을 꼼꼼히 확인한 뒤, 지역회원들과의 나눔을 추천하셨다. 그 이후로도 우리농 매장 앞에서 로컬푸드행사를 할 때면 내가 속한 지구농부협동조합의 자리를 마련해주시는 덕분에 조합원의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을 팔 수 있었다. 참 고마운 일이었다.

 

ⓒ 가농, 우리농 전국본부

 

 

입회자교육은 체계적이면서도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먼저 정현찬회장님은 가농의 역사와 활동을 알려주셨다. 함평고구마사건과 오원춘사건 이야기를 들으며 가농에 대한 감이 왔다.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싸우는 모습, 쌀 생산비 조사보고 연구대회 한 장면 한 장면을 보며 가농의 살아있는 운동성을 봤다. 전농과 한살림을 잉태하며, 생명공동체운동으로 변화한 모습은 꼭 살아있는 생명체가 자라나는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았다. 논두렁에서 농약중독으로 죽어간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나를 먼저 살린다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자던 말씀, 가농만이 할 수 있는 가농소 사례 등을 들으며 크게 놀라고, 공감했다.

 

귀농한 지 5.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현실을 알아가며 겁이 많아진 나는 다시 푸른 꿈의 세계로 가는 것만 같았다. 인제군 서화리에서 오신 젊은 농부와 봉화군에서 수수농사를 지은 애기아빠 농부도 아직 나처럼 아장아장 걷는 초보농부임에 틀림없지만, 순수한 마음이 우리가 마신 막걸리처럼 발효되어 익으면 꿈을 이루는 대견한 농부로 자랄 것이다. 귀농하여 구절초를 기르고 자연에 적응해 나간 것은 망가진 몸을 바로 세우는 과정이었다. 구절초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면 가농을 만난 것도 행운일까? 나의 생명이 가농처럼 멋지게 자라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