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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소식

식물공장 대책위원회 발족 및 토론회

멀쩡한 햇빛을 가리고 인공조명으로, 멀쩡한 흙과 거름을 팽개치고 화학적인 양액으로 재배해서 먹는다니 그게 참 막을거리 참 생명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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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공장 대책위원회 발족에 드리는 인사

                                                                                                                 도시농업시민협의회 상임대표 안철환

... 기후 온난화, 이상 기후가 점점 우리 농사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폭우성 장마는 점점 더 심해지고 태풍도 자주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은 일찍 찾아오고 늦서리는 늦게까지 도사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농민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고령화는 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식량자급율이 급전직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농경지는 사라지고 있고 자유무역체제의 정착으로 수입농산물은 우리 밥상을 제집인양 둥지를 틀고 말았습니다.
새로운 대안 농업으로 거론되는 식물공장의 배경에도 바로 이런 상황이 작용하고 있을 겁니다.
식물공장이 무엇입니까? 어떤 자연재해, 이상 기후에도 끄떡하지 않고 사시사철 원하는 먹거리를 실내공간에서 재배할 수 있는 것이 식물공장의 장점입니다. 추운 한겨울에도 폭우성 장마철에도 아무 탈없이 식량을 생산해 먹을 수 있다니 참으로 매력적인 농사방법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공장이라는 말이 걸립니다. 아무리 먹거리라지만 그것도 생명인데 생명을 공장에서 벽돌 찍듯이 생산해도 되는 건지 마음이 개운치 않습니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식물공장의 전기에너지가 의외로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자료에 따르면 1kg 상추를 생산하는 데 14kg의 탄소를 배출할만큼 전기가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에 따른 생산비용도 만만치 않겠지요?
새로운 대안 농업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진짜로 대안이 되어야 합니다. 대안일 줄 알았는데 우리 농업을 더 후퇴시키는 우를 범하면 안될 겁니다.
식량자급을 위해서는 첨단 농사기술도 꼭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식물공장이 흔쾌하지는 않더라도 우리 식량자급에 기여를 하는 방식이라면 외면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식물공장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겁니다. 버섯, 새싹, 깻잎, 계란부화, 콩나물 재배 등 벌써 우리 농업 현실에는 식물공장이나 진배없는 방법들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방법들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뜨거운 햇빛과 자연 통풍으로 키울 수 없는 것들이지요. 바로 그렇습니다. 구태여 자연의 햇빛, 바람을 막지 않아도 되는 것들까지 식물공장을 확대적용해야 할 일일지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불가피한 식물공장의 예처럼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통 농사방법을 보조하는 것 정도로 기능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생각해 봅니다. 말하자면 식량자급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식량자급을 보조, 지원하는 기술로 역할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번 식물공장 대책위원회의 발족이 그런 고민을 진지하게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라봅니다. 또 다시 소모적인 논쟁, 대안 없는 갈등, 자칫 우리 발등을 찍는 주장이 되어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생명의 먹거리를 지키면서도 국민의 안정된 식량자급 대안을 함께 생각하고 대안을 찾는 자리가 되길 기대하며 식물공장 대책위원회 발족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