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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소식

가톨릭농민회 신임 정현찬회장-도농교류 일구는데 온힘

<2월 16일자 평화신문에 실린 가톨릭농민회 전국회장이신 정현찬회장님 인터뷰입니다.>

 

 "임기 동안 농사 안 지을 거예요."

 지난 1월 전국 가톨릭농민회 제24대 회장으로 선출된 정현찬(미카엘, 66, 마산교구 금산본당) 전 마산교구연합회장이 4일 기자를 만나 "앞으로 2년 동안 농사를 짓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시 금산면에서 쌀과 감,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모태 농사꾼'으로 살아온 그의 농사 절연 소식에 귀가 쫑긋해졌다.

 취재진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정 회장은 "임기 동안 서울 방배동 가톨릭농민회 사무국에서 머물 예정"이라며 "도시ㆍ농촌 간 소통과 생명운동 활성화라는 대의를 위해 우리 집 농사는 가족들에게 맡길 예정"이라고 했다. 도시 신자들과 자주 만나 가톨릭농민회와 농촌의 실상을 전하는 일이 자신의 농사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가톨릭교회가 추구하는 '생명운동'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가농이 그동안 펼쳐온 생명운동의 대중화를 위해 시ㆍ군ㆍ마을 단위 생활공동체위원회를 조직하고 싶어요. 현재 도시 지역 본당 중심으로 이뤄진 생활공동체위원회가 각 마을 단위로 활성화한다면, 우리 교회가 추구하는 생명운동의 저변확대도 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톨릭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의 60%가량만 하늘땅물벗과 같은 우리농ㆍ가농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그는 "농약, 제초제 대신 손으로 풀을 뽑고, 퇴비를 줘서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도 소비가 안 된다면 생명운동을 이어가기 어렵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1986~1987년 가농 마산교구연합회 5대 회장을 지낸 뒤, 전국 농민회 진주시 농민회장과 전농 부의장 및 의장, 2010~2013년 가농 마산교구연합회 17ㆍ18대 회장을 지낸 농민운동의 산 증인. 2007년부터는 5년 동안 진주 시민버스 대표를 역임, 노동운동에도 참여했다.

 "미국 중심의 유전자조작식품(GMO)이 전 세계로 퍼지고, WTO와 FTA 등으로 갈수록 농산물 무역장벽이 낮아져 농민이 살기 어려워지고 있어요. 먹거리 없이는 누구도 살 수 없는데, 우리나라가 농사를 포기하려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됩니다."

 정 회장은 먹거리 문제는 '공산품 팔아 식품을 사면 된다'는 단순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가 농사를 거의 짓지 않는데 흉작 등으로 전 세계 농산물값이 폭등하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 것인지는 불 보듯 뻔하다"며 "식량안보 차원에서라도 농사를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